환율이 비상입니다. 1달러에 1,470원대 아래로 좀처럼 안 내려가고 있습니다.
정부도 긴박해지고 있습니다. 외환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10월 13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11월 14일: "국민연금·수출업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11월 24일: 국민연금 포함 '환율 안정 협의체' 구성
초기 메시지가 변화구였다면, 최근은 돌직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내는 간격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국민연금까지 불러낸 점입니다.
외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이 '큰 손'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환율 대책에 국민연금을 공식 참여시킨 건 전에 없던 일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상급 기
바다이야기비밀코드 관인 보건복지부까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깜짝' 등판, 거기에 숨은 의미를 쉽게 풀어 봅니다.
■ 달러 먹는 하마, 국민연금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무엇보다 수급 불균형 때문입니다. 달러 수요는 많은데, 달러 공급은 달리다는 얘기입니다. 달러 품귀 현상입니다.
정부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는 국민연금이 달러 품귀에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 자산입니다. 수익률을 끌어올릴수록 고갈을 늦출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이미
릴게임바다이야기 투자한 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이 700조 원이 넘습니다. 해외 주식만 쳐도 486조 원, 전체 적립금의 37% 수준입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비중을 더 늘릴 계획입니다. 그래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올리겠다는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황금성릴게임 국민들은 원화로 보험료를 냅니다. 이 원화로 해외 주식을 사려면, 당연히 달러 환전이 필요합니다. 워낙에 '큰 손'인 탓에 국민연금이 달러를 바꾸기 시작하면, 시장이 출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 먹는 하마, 국민연금 탓에 안 그래도 부족한 달러가 더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을 포함한 '환율 안정 4
백경릴게임 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시로 회의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방법이 뭘까요. 크게 세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 방법① 해외 주식 비중 조정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를 좀 줄여보는 것입니다. 대신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겠죠.
다만, 환율 때문에 투자 계획을 쉽게 바꿀 순 없습니다.
국민연금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매년 약 0.5%P씩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게 돼 있습니다.
내년 5월 이 계획을 재검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을 늘리는 게 수익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런 근거 없이, 해외 주식 비중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가 올해 좋았다고 해서 해외 주식을 국내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는 연금 수익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방법② 한국은행과 직거래하기
한국은행과 직거래를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국민연금이 달러를 시장에서 환전하지 않고, 한국은행에서 바로 환전하는 겁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해외에 투자할 달러만 구하면 될 뿐, 그 달러가 외환시장에서 온 것이든 한국은행 금고에서 온 것이든 중요치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원화를 한국은행에 주고, 한국은행에서 달러를 받아 오는 겁니다.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으니 시장 환율은 영향을 안 받습니다.
대신 한국은행이 애지중지 관리하는 외환보유고가 영향받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이 그렇게 빌려 간 달러를 떼먹을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까울 테니, 길게 보면 큰 문제는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은 이미 외환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한도는 650억 달러,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입니다.
두 기관이 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 방법③ 달러 푸는 '환헤지'
이들 두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부가 결정만 하면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효과입니다. 해외 주식을 덜 사든, 한국은행과 달러 환전 직거래를 하든, 달러를 덜 사는 효과를 내는 정도입니다. 정작 급한 건 달러를 구해오는 일인데 말입니다.
저수지가 말라가는 상황. 물을 덜 쓰는 일도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물을 길어오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게 달러를 직접 공급해 주는 방법이 '환헤지'입니다.
'환헤지'란 미래에 거래할 환율을 지금 시점의 환율로 고정해 놓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율을 고정해 놓음으로써,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입니다.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전체 해외 투자 자산의 최대 10%까지 '전략적 환 헤지'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다 국민연금 재량에 따라 해외 자산의 5%까지는 '전술적 환헤지'도 가능합니다.
올해 초 환율 급등기에도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에 나선 바 있습니다.
[연관 기사] 국민연금 등판했나?…원·달러 환율 ‘깜짝’ 반전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47895
진짜 중요한 대목은 지금부터입니다. 환헤지를 하면, 왜 국내에 달러가 풀리는 걸까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국민연금이 미국에 A 빌딩을 샀습니다. 석 달 뒤면 100달러 수익이 날 예정입니다.
지금 환율이 1달러에 1,470원 정도니, 14만 7천 원꼴입니다.
문제는 환율이 춤을 춘다는 겁니다. 석 달 뒤 환율이 얼마일지는 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원화 수익을 지금 확정해 버리자고 국민연금이 마음먹습니다.
국민연금이 B 은행과 계약을 맺습니다. B 은행은 무조건 석 달 뒤에 1달러=1,470원을 적용해 14만 7천 원을 국민연금에 줘야 합니다.
이제 국민연금은 환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B 은행은 사정이 다릅니다.
환율이 1,470원보다 내려가면 은행은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B 은행도 자구책에 나섭니다. 100달러를 지금 외환시장에 팔고, 1,470원을 받아둡니다.
이미 갖고 있는 100달러(현물환)일 수도 있고, 해외에서 빌려올 100달러(선물환)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간 당장 팔아서 환율 시름에서 벗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에는 100달러가 새로 들어온 셈입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에 나서자, 국내에 달러가 공급되는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게 환헤지 기법입니다.
국민연금은 환율 급변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엔 달러를 공급하는 효과를 내게 되니 그야말로 "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 1,400원 대 뉴노멀되나?
국민연금은 올해 초에도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했습니다. 당시 효과는 어땠을까요.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올해 1월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자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해 1,300원대로 떨어진 6월 전후에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올 초 고공행진하던 환율 상단을 누른 데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역할이 컸다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략적 환헤지를 하면 하루 기준 2억에서 3억 달러 정도의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며 "일평균 거래량 100억 달러에 비하면 적은 물량이지만, 연금이 움직인다는 시그널 때문에 그걸 쫓아 들어오는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나게 돼 확실히 진정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국민연금은 투기적인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 주는 재료"라며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달러 유동성이 경색된 면이 있어 달러가 비싼 측면이 있다"며 "내년 유동성이 좀 풀리면 환율도 내려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예전처럼 1,200원~1,300원대로 돌아가진 못할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대미 투자, 서학 개미 등 비대칭적인 수급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면 1,500원대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1,300원대까지 끌어내리긴 어렵단 얘기.
1달러에 1,400원대가 새로운 균형,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내년에 한국 경제가 좀 나아지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진다고 하면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도 수급이(달러 수요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이런 펀더멘탈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많이 내려오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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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