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대·3대가 모여 살던 시대에서 핵가족을 거쳐 이제는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 형태로 생활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주거형태의 변화는 생활 서비스도 변하게끔 했다.
그중 세탁산업은 매년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비대면 세탁서비스 시장은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3년 5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6년 6조원(삼정KPMG 분석자료)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값비싼 겨울 아우터들만 찾았던 동네 세탁소가 기업화 되면서 혼자 사는 이들의 빨래방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손 끝 하나로 빨래를 맡기고 찾을 수 있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의 중심에는 고객의 빨랫감을 새것처럼 만들기 위해 세제·약품을 개발하는 이들이 있다.
릴박스국내 비대면 세탁 서비스의 쌍두마차인 ‘런드리고’의 연구실 한 켠에는 찌든 때는 물론, 김칫국물, 핏자국 등 온갖 얼룩이 묻은 옷가지들이 널려 있다. 퀴퀴한 냄새를 머금은 빨랫감 속에 사는 김소연 런드리이노베이션랩 셀리더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하루에 처리하는
야마토릴게임 빨랫감 수도 꽤 많겠는데요.“런드리고 글로벌 캠퍼스 기준으로 일일 입고량은 평균 약 1만5천벌 정도 됩니다. 성수기에는 2만 벌 이상으로 늘어나고요. 저희가 성수, 군포, 부천, 부산에 B2C 팩토리가 있는데 모두 합치면 하루 3만벌 정도 세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탁·건조뿐만 아니라 다림질,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다 자동화 돼 있어요. 특히 빨랫감에
야마토릴게임 전자태그(RFID)를 부착해 추적·분류할 수 있게끔 돼 있죠.”
보통 성수기는 언제인가요.“계절이 바뀔 때죠. 여름이 지날 때쯤 여름옷을 빨아 넣는 고객들도 있고, 가을·겨울옷을 입으려고 꺼냈는데 더러워 맡기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저희는 무척 바빠진답니다.(웃음)”
성수기 땐 세탁기가 쉬지
오션릴게임 않고 돌아가겠군요.“그럼요. 하루 종일 돌아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물량이 많다고 세탁기 안에 더 많은 세탁물을 넣진 않아요. 드럼세탁기 특성상 내부를 꽉 채우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세정력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물량이 많더라도 꼭 세탁물의 양은 지키고 있습니다.”
"대량 세탁 공정에서 사용하는 전문 세제·약품 개발···세제 개발은 문
바다이야기온라인 제를 찾는 것부터 출발"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세제들도 세정력이 높은 걸로 아는데, 굳이 세제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시중에 판매되는 세제·얼룩 제거제는 ‘일반 소비자용’이에요. 대부분 물빨래용 기준이죠. 반면에 저희가 개발하는 세제·약품은 대량 세탁 공정에서 쓰는 전문 제품이라 드라이 공정(기름)에서 써야 하는 것들도 많거든요. 일반 가전용 세제를 드라이 공정에 그대로 쓰면 옷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공정별로 맞는 더 강력하면서도 안전성이 검증된 전문 약품이 필요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공정별로도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얼룩 등 일반 가정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세탁물에도 개발한 약품이 들어가겠어요.“보통 얼룩이 묻었을 때 바로 지우면 대부분 없어지는데, 방치된 얼룩이 문제죠. 그럴 땐 일반 얼룩 제거제만으로는 지워지지 않아요. 오래된, 다양한 얼룩을 지우기 위해 공정용 약품이 매우 중요해요. 끊임없이 개발 중이죠.(웃음)”
현재로선 옷에 묻은 모든 얼룩은 지울 수 있나요.“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런드리이노베이션랩에서 계속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개발 중에 있습니다.”
랩은 어떻게 운영되나요.“실제 런드리고에서 사용 중인 세제·약품을 개발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오전 8시~10시 사이 출근으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지만 팩토리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바쁠 땐 공정을 지원하기도 해요.”
세제·약품 개발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나요.“저희는 문제점을 찾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 냄새 이슈가 계속 된다’, ‘현재 세제는 일일이 계량해 넣어야 해서 불편하다’, ‘세제의 점도가 높아 자동 투입기계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 ‘세정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등의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가 현장으로 들어옵니다. 그럼 우리 세제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사용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개선안을 세우고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예로 든 것처럼, 문제해결을 위해 새로운 세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문제의 원인을 찾은 뒤에는 현실적으로 빠르게 적용 가능한 해결 방안을 몇 가지 추려봐요. 그중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것부터 테스트를 시작하죠. 이 중에서 실제로 구하기 쉬운 것, 최소 주문량(예: 1kg vs 100kg), 가격, 성능 등 여러 조건을 보고 테스트 할 후보 원료를 추립니다. 후보 원료를 정한 뒤에는 기본 함량을 설정하고 시제품 제조, 물질 간 궁합, 얼룩 제거 테스트, 시간이 지났을 때 안정성(분리, 침전 등) 확인 등 연구과정을 거치게 되죠. 그걸 통과하면 문제가 생긴 공정에 테스트 적용을 해 본 뒤 문제 없으면 그 물질을 생산합니다.”
과정이 복잡하군요.“사실 연구과정에서 충분히 검증했다고 판단했지만 실제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요. 그럼 다시 농도를 조절하거나 재배합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보통 이 과정이 6개월 정도 걸립니다.”
"세제로 사용할 수 있는 50여 가지의 원료로 새로운 세제 개발…원료 배합-테스트 과정이 평균 6개월 소요"
세제를 개발할 때 수많은 원료 중 어떤 걸 사용하고, 배합할지 연구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시중에 나와 있는 세제 제품이 100여 가지가 넘는데, 이 외의 새로운 세제를 개발한다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웃음) 특히 세제는 ‘생활화학제품 안전확인대상 제품’이라서 관련법에 따라 신고를 해야 하는 품목이라 사용할 수 있는 원료가 정해져 있어요. 대표적으로 산·계면활성제 등을 포함해 대략 50가지 이상이죠. 그 범위 내에서 연구가 진행되는데, 원료의 특성에 따라 배합률을 낮춰보기도, 늘려보기도 하면서 하나씩 퍼즐을 맞춰 보고 있어요..”
테스트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겠군요.“쉽지 않은 과정이죠. 얼룩은 잘 지워지는데 특정 원단에서는 탈색이 발생할 수도 있어, 원단 종류별·색상별로 테스트를 반복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테스트 과정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죠.”
현재 런드리고에서 사용 중인 세제·약품은 모두 자체 개발한 건가요.“현재 사용 중인 약품 중 절반은 자체 개발한 제품이고, 절반은 해외 제품을 구입해 쓰고 있어요. 해외 제품은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높은 단점이 있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산화·내부 레시피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세제는 기본적으로 세탁용이라 공정별로 기본값을 다르게 세팅하긴 하지만 차이가 크진 않아요. 반면 전처리 약품은 얼룩 타입별로 타겟팅이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커피 얼룩, 음식물, 찌든 때, 혈액, 화장품 등 얼룩은 각각에 맞는 전처리 약품을 써야 하기 때문에 가장 최적의 약품을 개발하는 게 저희 역할이기도 하죠.“
세제 원료의 특성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세탁 공정 시스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겠네요.“사실 연구의 역할 뿐만 아니라 팩토리 전반의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합니다. 세탁시간부터 헹굼시간, 물의 온도 같은 기본 조건들은 물론, 품목별 최적의 세탁·건조 프로그램이나 특징들도 알아야 하죠. 예를 들어, 흰색 셔츠는 어떤 조건으로 세탁해야 하는지, 패딩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세탁법, 얼룩에 따라 써야할 약품 조합 등의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하죠.”
그럼 팩토리에 세탁물이 입고되면 어떻게 분류되나요.“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1차 분류는 셔츠, 생활빨래(양말, 수건, 속옷 등), 리빙류(이불 등) 등 큰 카테고리로 나눠지고, 2차 분류는 색깔(흰색, 유색 등), 드라이/웨트(물빨래)로 나뉘게 됩니다. 같은 청바지라도 드라이용이 있고, 물빨래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구분해 둡니다.2차 분류는 사람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확인해요. 케어라벨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직접 만져보고 ‘광택이 죽을 것 같다’, ‘줄어들겠다’, ‘일반적인 소재와 다르다’ 등을 판단해요. 그렇게 1차, 2차 분류를 거친 뒤 각 세탁 공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셔츠가 입고 되었을 경우, 어떤 세탁과정을 거치나요.“흰색 셔츠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물 온도는 약 60도, 세탁 시간은 10분입니다. 사용하는 약품은 과탄산, 중성 세제, 셔츠 전용 부스터(표백)고요, 헹굼 단계에서는 구연산을 써서 마무리합니다. 건조는 별도의 건조기를 돌리기보다는 프레스(목, 몸통, 소매 부위를 각각 아이론처럼 눌러주는 장비) 과정에서 물기를 빼면서 동시에 건조가 이뤄지며 다림질도 하게 되죠.”
얼룩이 있는 세탁물을 보내는 경우도 많을 텐데, 세탁기에서 지워지나요.“얼룩이 있는 경우엔 사람이 직접 애벌빨래를 합니다. 음식물이 묻었거나, 커피, 찌든 때 등 오래된 얼룩은 저희가 개발한 약품을 사용해 손세탁을 합니다. 요즘엔 고객들이 서비스 신청을 하실 때 얼룩 부위를 직접 지정해 요청하기도 해요.”
계절별로도 세제나 사용량이 달라질 수 있겠네요. 이를테면 여름철 땀내나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한 세탁 레시피 말이죠.“여름철에는 옷에 땀이 많이 배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세균 번식이 엄청나게 늘어나거든요. 저희가 개발한 자체 개발 냄새 제거제(세균 제거제)가 따로 있어요. 기본적으로 산(산성)을 기반으로 세균을 잡는 성분을 메인으로 하고, 그 외에 냄새를 잡는 여러 성분을 조합한 레시피죠.”
정확한 레시피가 공개 가능한가요.“사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려워요. 회사의 자산이기도 하고, 저희 랩의 노하우거든요.(웃음)”
과거에는 가루세제를 많이 썼다면 최근 액체 또는 캡슐세제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사실 얼룩 제거 효능만 놓고 보면, 가루 세제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어요. 가루 세제의 성분 농도가 더 높아서 잘 지워지는 반면, 녹지 않고 옷에 남거나 옷에 손상을 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어요.액체 세제로 넘어오면서 찬물에도 잘 녹고 사용하기 편하고 일반 소비자가 쓰기에 안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요. 캡슐 세제는 고농도라서 한 번에 넣는 양이 더 많을 수 있고 업체마다 기술력이 다르긴 하지만 껍데기가 완전히 안 녹는 사례도 있어요.“
세제개발 연구원을 하기 위해서는 전공이 중요해 보이는군요. “아예 개념을 모르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 기본적으로 화학 전공자가 유리하죠.. 더불어 원료·재료 쪽 개념에 대한 베이스가 있다면 더 좋고요. 그리고 반복을 견디는 인내심도 필요할 것 같아요. 실험은 대부분 맨땅에 헤딩에 가깝고, 실패가 많거든요. 실패해도 다시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직업적 만족도는 어떤가요.“잘 지워지지 않았던 얼룩을 제가 개발한 약품으로 지웠을 땐 쾌감이 있어요.(웃음) 그리고 현장 실무자들한테 요즘 고객 민원이 줄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기분 좋죠. 사실 저희 일이 열심히 해도 티가 잘 안 나는 게 단점이지만 만족도는 높은 직업이에요..”
향후 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요즘 들어 젊은 층들 사이에서 세탁물 서비스를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고, 한번 편리함을 경험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앞으로는 고객별로 더 세분화, 개인화된 서비스가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