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6월 장녀 정진희씨 결혼식에서 드레스를 입은 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혼맥 지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대기업 총수 일가는 정·관계 중심의 정략결혼이 일반적이었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정치권·관료 집안과의 혼맥 비중은 급격히 줄고 일반인과의 결합이 늘고 있다.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전 총수 일가 결혼 중 24.2%가 정치·관계 집안과 이뤄졌으나 2000년 이후에는 7.4%로 감소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정·관계 혼맥 비율은 더 낮아져 2세대 24.1%,
오션릴게임 3세대 14.1%, 4~5세대는 6.9%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 정략결혼이 사업 확장 수단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감시와 규제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2000년 이후 정·관계 혼맥 급감
반면 재계 내부 결혼은 2000년 이전 39.2%에서 이후 48.0%로 늘었고 세대별로도 2세대
우주전함야마토게임 34.5%, 3세대 47.9%, 4~5세대 46.5%로 증가하며 재계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일반인과의 결혼도 4~5세대에서 37.2%로 크게 늘었다.
과거 창업·2세대에서는 결혼이 사업 확장과 인맥 구축 수단이었지만 3~4세대는 ‘정치권’에서 ‘재계 내부’로, 나아가 ‘일반인·연예인’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최근 오너 자녀의
오션파라다이스예시 결혼은 권력 기반 연줄보다 기업 생태계 내부 네트워크와 개인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LS·LG·GS 등 주요 그룹은 여전히 재계 혼맥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LS는 두산, 현대자동차, OCI, BGF, 삼표, 사조, KISCO홀딩스(범동국제강) 등 7개 그룹과 혼맥을 맺고 있다. 특정 재벌가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백경게임 대기업 가문과 연계된 광범위한 혼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구동휘 LS MnM 사장(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장남)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녀 박상민 씨와 결혼했다. 구윤희 씨(구자명 LS MnM 회장의 장녀)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 정대현 씨와 혼인했다.
구희나 씨(구자용 E1 회장의 장녀)는 홍석조 BG
손오공릴게임 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 부회장과 결혼했다. 구은희 씨(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범현대가)와 부부 관계다. 구은아 씨(구자열 LS 의장의 장녀)는 SGC에너지 이우성 사장과 결혼했으며 이우성 사장은 OCI 창업주 일가인 이복영 SGC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대기업집단 혼맥 지도. 그래픽=박명규 기자
LS·LG·GS 중심 ‘사돈망’ 확대
LG그룹도 DL, 삼성, GS, 두산, 보락그룹 등과 탄탄한 혼맥을 잇고 있다. 허만정 GS 창업주의 3남 허준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조카 구위숙 여사와 결혼해 LG와 GS를 연결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차녀 이숙희 씨와 결혼해 삼성, LG, 한진, 롯데를 잇는 복합 사돈망의 중심 역할을 했다. 구철회 창업 고문의 딸 구선희 씨는 두산가 박용훈 전 두산건설 부회장과 결혼해 LG와 두산을 사돈으로 연결했다.
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중소기업 보락 가문과의 연애 결혼으로 혼맥을 형성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외손녀 김선혜 씨와 결혼해 LG 오너 일가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 중이다.
GS그룹은 LG, 삼표, 중앙, 태광 등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네트워크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 언론계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된 화려한 통혼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은 부방그룹 이동건 회장의 차녀 이희정 씨와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미국 MBA 유학 중 만난 중소기업 오너 딸과 결혼했다.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은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씨의 증손녀이자 유승지 홈텍스타일코리아 회장 딸인 유재상 씨와 혼인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언론계와 사돈을 맺었으며 그의 장남 허서홍 GS리테일 대표는 중앙홀딩스 홍석현 회장 장녀와 결혼했다. 허광수 회장의 장녀 허유정 씨는 조선일보 방준오 사장과 결혼했다.
태광그룹과도 깊은 혼맥이 있는데 GS 창업주 허만정 회장의 8남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은 태광그룹 창업주 이임용 회장 장녀 이경훈 씨와 결혼했다. 허승조 전 부회장은 태광그룹 고문으로도 활동해 왔다.
2017년 6월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HD현대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와 서승범 유봉 대표의 결혼식에서 가족 및 하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국제강, 동방·금호·태광·LS와 연결…사돈 네트워크 교차점
동국제강그룹은 창업주의 대가족을 중심으로 견고한 혼맥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창업주 장경호 회장은 추명순 여사와 6남 5녀를 두었으며 3남 장상태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룹은 동국산업, 한국철강, 조선선재 등으로 분리됐으나 각 계열사는 독자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은 태광, 금호, 동방, LS그룹과 긴밀한 혼맥 관계를 형성해왔다. 장상준 전 회장 막내딸 장옥빈 씨는 태광그룹 창업주 이임용 회장 아들 이영진 부회장과 결혼했고,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차남 장세홍 KISCO홀딩스 대표는 금호그룹 박정구 회장 딸과, 동국산업 장상건 회장 아들 장세희 전 동국산업 부회장은 동방그룹 창업주 김용대 회장 딸과 각각 결혼했다.
3세대 경영자 장세주 회장은 상명대 교수 남희정 씨와 결혼했고 그의 아들 장승익 씨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딸과 혼인해 정·관계 접점을 넓혔다.
장세욱 부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전 회장 딸과 결혼해 금호그룹과 연결됐다. 장경호 창업주의 손녀 장인영 씨는 LS그룹 구자은 회장과 결혼해 철강과 전기·전자 업계를 잇는 상징적 혼맥을 완성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차녀인 최민정씨 웨딩 화보. 최씨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케빈 리우 황과 2024년 결혼했다. 사진=웨딩업체 'zola' 홈페이지 캡처
3·4세, 가치관·경력 공유 배우자 선호…연애결혼↑
최근 3~4세대 오너들의 결혼 사례를 보면 연애결혼이 뚜렷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살 연하 한화 입사 동기와 연애결혼했고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띠동갑, 연세대 동문인 교육자 집안 출신 정현선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녀들도 일반인, 해외 사업가와 각각 혼인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은 2017년 당시 회사원이던 윤도연 씨와 결혼했고 차녀 최민정 씨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인 케빈 리우 황 씨와 2024년 혼인했다. 황 씨는 미군 특수부대에서 소령으로 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장남 김준영 팬오션 책임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 여성과 결혼하는 등 글로벌 인재와의 연애결혼 사례도 늘어난다. 또 아나운서, 연예인, 프로골퍼와의 결합도 증가한다.
CJ 3세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은 아나운서 이다희 씨와 혼인했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자녀 정준 씨는 세계적 골퍼 리디아 고와 결혼했다.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는 전 SBS 아나운서 김민형 씨와 결혼했고 두산 4세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는 전 JTBC 아나운서 조수애 씨와 혼인한 바 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종합편성채널 기자 출신인 H 씨와 결혼했다.
혼맥, 단순 혈연 넘어 전략적 도구로
재계 사돈 네트워크는 여전히 재계의 보이지 않는 연결망을 형성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한다. 혼맥은 단순한 혈연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지분, 경영권 안정성 등과 자연스럽게 연계돼 있다.
재벌 혼맥의 변화는 정치·사회·경영환경이 동시에 바뀐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치권과의 혼맥이 오히려 부담으로 인식되는 흐름이 강해졌다. 동시에 유학·글로벌 경험이 많은 3·4세 오너들은 가치관·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배우자를 선호하며 기존 재벌가식 정략혼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LS·GS·LG·동국제강 등 혼맥 중심축이 되는 그룹은 사돈 네트워크를 통해 여전히 내부 협업과 자본·정보 흐름을 관리하는 전략적 기능을 유지한다. 이를 두고 권력 중심 혼맥의 축소가 아니라 내부 네트워크 중심으로 재편된 ‘전략의 진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3·4세대의 결혼에서 가문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사업적 목적보다 개인의 선택이 중시되는 것은 단순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 내부 자본과 네트워크를 통한 지배구조 안정화 전략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치권과의 연줄은 줄었으나 그룹 간 내부 네트워크는 여전히 강력히 유지되고 있어 단순한 탈정략화라기보다는 ‘전략의 진화’로 해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