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다양한 이름의 구간을 걷는 아름다운 길이다. 앞쪽으로 롯데리조트가 보인다. 속초 | 양형모 기자
속초 바다엔 철조망이 있었다. 진짜 철조망. 바다를 막은 건 방파제도, 입장료도 아니었다. 1953년부터 무려 65년 동안이나 군 통제 구역이 남아있었다. 갈매기와 파도는 매일 들락거렸지만, 사람은 못 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철책이 걷히자, 바다의 표정도 ‘싹’ 달라져 있었다.
외옹치해변이란 이름부터 범상하지 않다. ‘외옹치(外瓮峙)’. 항아리 모양의 지형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확실히 지도를 보면 둥글게 감싸인 항아리 같기도 하다. 외옹치
바다이야기오리지널 는 요즘 꽤 유명해졌다. ‘바다향기로’라는 해안 산책로 덕분이다. 이름을 잘도 붙였다. 향기 나는 바다라니. 그런데 막상 가보면 진짜다. 해풍에 섞인 솔내음, 짠비린내, 젖은 모래냄새.
외옹치해변에서 바다향기로 진입. 데크길이 길게 이어진다. 구간마다 이름이 있다. 첫 구간은 ‘암석관찰길’이라는데, 사실 암석보다 먼저 눈이 가는 건 롯데리
야마토게임방법 조트다. 100% 오션뷰라는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은 외옹치 바다를 내려다보며 당당히 가슴을 내밀고 있다. 둘레길이 리조트 바로 옆으로 이어지니, 숙박객들은 그냥 슬리퍼 신고 나와도 된다.
녹슨 철조망 사이로 동해의 파도를 볼 수 있는 ‘안보체험길’ 구간
릴게임추천 데크 곳곳 안내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굴바위 안내판 구멍 사이로 ‘굴바위’가 보인다
조금 걸으면 ‘안보체험길’ 구간. 녹슨 철조망이 남아 있다. 한때는 접근금지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인생샷 포인트가 됐다. 철조망 사이로 파도치는 풍경을 보고있으면 포토존을 만드는 건 세월이구나 싶어진다.
돌아보면 멀리 속초해수욕장의 랜드마크 속초아이대관람차가 보인다. 걷는 내내 파도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발밑에 깔린다. 바다는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지만, 지치지도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해 준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닭강정이 가장 유명하지만 술빵도 주연급의 명성을 갖고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의 술빵. 촉촉하고 고소하다. 개당 5000원.
땀이 조금 날 정도로 걸었으니 이제 시장으로.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재단장 덕분에 도심형 쇼핑몰 느낌마저 든다. 여행자 필수 구매품인 닭강정을 사기에 앞서 술빵을 먼저 집었다. 가게마다 막걸리술빵, 옥수수술빵 등의 이름을 내걸고 있는데 어느 것을 사도 촉촉하고 고소하다.
대다수의 사람이 닭강정, 부각, 튀김 등을 파는 먹거리 골목을 휙 둘러보고 돌아서겠지만, 이곳을 지나 반대편으로 나간 뒤 왼쪽으로 이동해 다시 시장으로 진입하면 진짜 속초를 만날 수 있다. 현지인 시장 냄새가 물씬한 수산물 판매구역이다.
이곳에선 다양한 어종이 아니라 ‘요즘 어종’을 주로 판다. 방문한 날의 어종은 양미리와 작은 가자미를 썰어 일회용 접시 위에 쌓아놓고 파는 가자미회. 작은 접시가 5000원, 2배 조금 더 커 보이는 양의 접시가 1만 원이니 가격이 착하다.
시장에서 사 온 골뱅이를 삶았다
여기에 큼직한 골뱅이 한 접시 1만 5000원, 작은 고등어 12~13마리 1만 원(손질은 해주지 않았지만), 멍게 5000원, 작은 오징어 한 쟁반 1만 원, 작고 싱싱한 깐새우 한 쟁반 1만 원어치를 사서 숙소로 간다.
가을 숲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용대자연휴양림의 휴양관을 숙소로 예약해 두었다. 세월의 흔적이 다분한 숙소다. 좁은 계단 위로 낙엽이 뒹굴었다. 낡았지만, 오래된 시설만의 장점도 있다. 싸고 넓다. 냉장고는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크다.
용대자연휴양림의 산책로. 단풍과 낙엽이 한창이다
용대자연휴양림엔 캠핑 사이트도 있다. 다만 화장실은 계단을 올라야 하고, 개수대는 지붕만 있어 모기가 달려든다. 계곡이 바로 앞이지만 입수금지. 저렴한 가격에 노지보다 나은 환경에서의 캠핑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모를까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 날은 한화리조트 설악 워터피아로 간다. 평일 오전이라 확실히 입장객이 많지 않다. 가장 먼저 만나는 파도풀(샤크블루)은 대단했다. 이런 박력 있는 파도풀은 오랜만이다.
다른 워터파크의 파도풀이 ‘찰랑찰랑’이라면 이곳은 ‘처얼썩 처얼썩’ 수준이다. 다른 곳은 튜브금지, 구명조끼 필수인데 이곳은 튜브 OK에 중간 지점까지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설악 워터피아는 공용튜브가 없으니 개인 튜브를 가져가면 좋다. 얇은 아쿠아슈즈 착용도 권한다. 크록스를 신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한화리조트 설악 워터피아의 박력 넘치는 파도풀 ‘샤크블루’ 사진출처 | 한화리조트 홈페이지
설악 워터피아의 보석 같은 ‘스파밸리’. 16개의 아름다운 테마탕에 몸을 담그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2층 푸드코트엔 맘스터치, 마왕족발, BBQ, 탐앤탐스 등이 입점해 있다. 족발세트가 부담스럽다면 사이드메뉴인 족발볶음밥만 주문해도 된다.
설악 워터피아의 하이라이트는 스파밸리. 세계 유명온천에서 모티브를 딴 16개의 테마 온천탕으로 구성돼 있는데, 오후 5시쯤 되면 조명이 들어온다. 주간권이라도 ‘야간 감성’을 맛볼 수 있다. 아이들이 유수풀, 파도풀, 슬라이드에서 노는 동안 부모님들은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글 수 있다.
떠나기 전 한화리조트 스타벅스에 들러 차에서 먹을 생크림 카스텔라와 바게트 소금빵, 치즈 베이글을 샀다. 자, 이제 집으로!
다시 열린 외옹치의 바다를 걸었고, 오래된 휴양림에서 밤을 지냈다. 그리고 다시 따뜻한 물 속에서 속초의 바람을 만났다. 작별하기 싫은 곳. 돌아서자마자 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 속초, 안녕(bye). 그리고 안녕(hello).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