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한국 주력 산업 앞에 험로(險路)가 놓여 있다. 먼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제외돼 50% 관세를 받아든 철강 업계는 침체가 불가피하다. 배터리와 석유화학도 업황 악화로 도무지 웃지 못하는 형국이다. 생존을 위한 국가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전방 시장 호황으로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전력기기 등은 2026년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수혜를 입은 조선과 방산도 구조적 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전력기기·원전
슈퍼사이클 초입 국면
“인공지능(AI)과 빅테크는 예산 교란자(B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udget disruptor)다.”
지난 9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 (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AI를 이끄는 빅테크에 대규모 자본이 쏠린다는 의미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전반에서의 투자가 더 이상
릴게임가입머니 경기 순환 사이클이 아닌 ‘빅테크 사이클’에 연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빅테크를 전방 시장으로 둔 반도체·전력기기·원전은 슈퍼사이클 초입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반도체는 이익 확대 가능성에 널뛴다. 글로벌 빅테크가 설비투자(CAPEX) 확대를 예고하면서다. 메타는 최근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연간 설비투자(CAPEX) 전망치 하단
게임릴사이트 을 기존 66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높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850억달러에서 910억~930억달러로 조정했다. 빅테크 설비투자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용도로 풀이된다. 이를 고려하면 빅테크 설비투자 확대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시장에 긍정적 요소다.
전력기기도 대표 수혜 업종이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건설은 전력 수요 확대로 이어져서다. 미국 내 전력 수요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최근 ①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② 장거리 송·배전 설비 수요 확대 ③ 이상 기후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성 해소 등의 이유로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는 단계다. 특히 노후 전력 인프라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미국 전력 송전망과 발전소 변압기 중 70%는 설치된 지 25년 이상 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 전력 수요는 올해 4조1860억킬로와트시(㎾h)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6년에는 이보다 많은 4조2840억㎾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덕분에 주요 업체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대형 변압기를 제조하는 효성중공업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198억원으로 시장 전망치(1560억원)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3분기 매출액 9954억원, 영업이익 24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51% 증가다.
마찬가지로 원전도 슈퍼사이클 초입 국면이다. 미국 내 늘어난 전력 수요를 해결할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아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원전 밸류체인 기업들의 수혜를 점친다. 글로벌 원전 공급망이 새로 구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30년 넘게 중단한 상태다. 원전 산업 부흥을 위해선 동맹국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1980년대 이후 40년 만의 원전 슈퍼사이클 부활”이라며 “사이클의 핵심에는 한국 원전 밸류체인이 있는 만큼 내년부터 수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방산·조선·자동차
‘구조적 성장’ 모멘텀
미국이 글로벌 안보를 수행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힘의 공백은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이어져 각국의 군비 경쟁을 초래했다. 덕분에 높은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확보한 국내 방산 부문은 2025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주요 기업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영업이익 8564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증가했다. 현대로템도 마찬가지다. 3분기 영업이익은 2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늘었다.
다만 피크아웃 우려도 나온다. 유럽 등을 중심으로 ‘방산 결속’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서다. 최근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방위 대비 태세 로드맵 2030(Defence Readiness Roadmap 2030)’ 정책 문서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러시아의 공격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역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의 ‘전시 대비’ 체제를 갖추기 위한 각종 정책·사업 추진 계획 등을 담았다.
주목할 지점은 유럽산 무기 등을 구매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대목이다. 지난 3월에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재무장 자금이 해외로 흘러간다면 유럽에 좋지 않은 일”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방산 업계와 증권가는 피크아웃 우려는 과도하다고 분석한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피크아웃 우려에 선을 그으며 “다음 메인 시장은 중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은 전차와 장갑차 상당수가 노후화해 교체 수요가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모두 중동 지역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도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을 넘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인 편이다.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 기대감 덕분이다.
하지만 기대를 현실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변수도 상당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조선 산업 점검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업의 미국 선박 시장 진출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오랜 기간 우호적으로 유지 중인 미일 관계를 고려할 때 향후 일본이 한국과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해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견제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한화그룹 조선·해운 계열사의 미국법인 5곳에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미국 정부에 협조해 중국의 이익을 훼손했다는 이유다.
‘고율 관세’로 먹구름이 짙었던 자동차도 재조명된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25%에서 15%로 관세가 조정된 덕분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사실상 투자 의사결정 기능이 마비됐을 정도로 관세 불확실성이 컸다”면서 “실적 기준으로는 3분기가 최저점이었을 것이라 판단한다. 리레이팅(재평가)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업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는 미국 내 자동차 수요 상향 조정이다. 선제적인 현지화를 이뤄낸 만큼 수혜가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는 지난 9월 2025년 미국 자동차 수요 전망치를 기존 1560만~1580만대에서 1630만~1640만대로 높였다.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 내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김진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견조한 수요가 지속 중”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 시 미국 대기 수요도 신차 수요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오 부문도 호재가 쌓여 있다.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이전 빅딜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서다. 연준은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췄다. 바이오는 업종 특성상 연구개발과 성과를 내는 데 긴 호흡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는 자금 조달을 수월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바이오텍에 큰 힘이 된다.
여기에 수년간 논의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까지 가시화되면서 국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도 웃는 형세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다. 지난 10월 미국 상·하원은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오 업계는 연내 시행 가능성을 점친다.
배터리·철강·석유화학
롯데케미칼 원가율 100% 육박
‘흐림’ 산업군으로 2차전지(배터리), 철강, 석유화학이 꼽힌다.
배터리는 전방 시장으로 꼽히는 전기차 시장 반등에도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에도 한국 2차전지 기업 영업 실적 회복은 단기간 내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중소형 전기차 판매 선호 트렌드가 국내 배터리 업체에 부정적으로 작용 중이란 분석이다. 중소형 전기차의 경우 리튬인산철(LFP) 등 원가가 낮은 배터리 채용률이 높다. 중국 기업이 강점을 지닌 분야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납품 차종 다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뚜렷한 가동률 제고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판매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내 설비투자 등에 따른 재무 부담도 부정적 요인이다. 신호용 책임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지속하며 차입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준공 이후에도 초기 비용 부담, 운전자금 증가 등으로 영업 현금흐름이 제약되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 안정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생존을 장담 못할 처지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철강 업계는 미국의 50% 고율 관세까지 마주했다. 수출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의 50% 철강 관세는 단기간에 조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내 조강 가동률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 유지가 향후 글로벌 철강 가격의 고착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선제적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설비를 일정 규모 이상 조정하기로 하면 자산을 매각할 때 과세특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석유화학 역시 비관론이 짙다. 철강과 마찬가지로 중국발 공급 과잉에 휘청인다. 중국은 2020년 이후 석유화학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며 ‘덤핑’ 전략을 펼쳤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추락했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업체는 손익분기점까지 붕괴돼 ‘팔수록 손해’인 구조에 직면했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 8조9870억원을 냈다. 매출원가는 8조7766억원으로 원가율은 97.7%에 달한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마진이 적다는 의미다.
문제는 내년에도 분위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서 “동북아시아 석유화학 시장 불황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먼저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산업단지와 기업에는 더 빠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최근 대산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구조 개편 초안이 정부에 제출됐는데 구조조정 성과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 앞날이 좌우될 전망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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