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오른쪽)과 에티오피아의 타예 아츠케 셀라시에 대통령이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글로벌 게이트웨이 포럼’(Global Gateway Forum) 행사 중 유럽연합-에티오피아 파트너십 협정 서명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270㎞ 떨어진 하와사(아와사). ‘그레이트리프트밸리’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대협곡, 아와사 호수 기슭에 자리 잡은 인구 26만명의 소도시다.
주민들이 호수에서 물고기 잡으며 살아가는 작은 어촌에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1957년 도시를 짓기로 결심했다. 맨 먼저 황제의 별궁이 지어졌다. 지방정부 지도자는 황제를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부추겨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집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3천명을 쫓아냈다. 제국은 1974년 붕괴됐고 ‘데르그’라 불린 좌파 군벌 독재가 뒤를 이었다. 군벌 통치는 1990년대 초반 끝났으나 곧 내전이 벌어졌다. 1994년 새 헌법에 따라 공화국이 새로 출범했지만 수시로 분쟁이 도졌다. 그 세월 동안 하와사는 에티오피아의 흔한 저개발 지역 중 하나였다.
야마토게임다운로드 10년 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2016년 7월 하와사 산업단지(HIP)가 문을 연 것이다. 의류, 직물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이 단지는 130헥타르 규모에 오염물 배출 제로를 목표로 정화시설을 갖췄다. 국제 시장이 요구하는 엄격한 환경 기준에 맞춘 것이다. 의류직물 산업은 정부가 전국에 여러 산업단지를 만들고 투자를 몰아주면서 급성장했다.
바다이야기게임 스웨덴 의류업체 에이치앤엠(H&M), 캘빈클라인을 만드는 미국 회사 피브이에이치(PVH) 등의 공장을 유치하고 수출 거점으로 삼았다.
에티오피아 하와사 산업단지 입구.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의류산업 전문가 맥신 베다는 ‘지속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라는 책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의류직물회사들이 임금이 더 낮은 곳으로 옮겨가는 ‘바닥찍기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그리고 에티오피아가 새로운 ‘바닥’이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의 의류직물 산업은 중국의 아웃소싱에 힘입은 게 많았다. 2008년 중국 민간기업과 지방정부가 투자해 아디스아바바 남쪽 두켐에 첫 ‘중국 투자형 산업단지’인 동방공업단지(EIZ)를 만들었다. 하와사 단지도 중국 토목건축공사총공사(CCECC)가 설계·시공했다. 메켈레, 콤볼차 등등 여러 공단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성장 모델이 힘을 받기엔 고초가 많았다. 2020년 11월 시작된 정부와 티그레이족 무장세력의 내전은 2022년 11월 평화협정으로 일단락됐지만 2년간 40만~6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티오피아의 잠재력은 크다. 인구 1억2천만명에, 1인당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천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은 2022년 5.3%, 2023년 6.6%, 지난해에는 7.3%였다. 제조업 비중은 지난해 25%를 겨우 넘겼으나 아프리카 역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 앞으로 내수와 지역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대 강점은 저렴한 인건비다. 섬유·의류 노동자 평균 월급은 약 3천비르, 10만원도 채 안 된다. 저임금에 노동 조건이 열악하니 이직률이 매우 높고 생산성도 낮다. 당국은 면화 재배, 방적, 직조, 염색·가공, 봉제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산업단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수직적 통합형 섬유산업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여전히 원단을 수입해 단순 봉제만 담당하고 수출하는 공장들이 많다. 물류·운송비가 높고, 도로와 항만 인프라도 부족하다.
교역 파트너들의 ‘배려’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 미국은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유럽연합은 ‘무기 이외 제조품 특혜’(EBA) 같은 조치로 저개발국 제조품에 관세를 없애줬다. 그 덕에 에티오피아는 2020년 이후 섬유·의류 수출액이 연간 1억4천만달러를 넘어섰고 하와사 산업단지에는 최대 3만5천명의 노동자가 일했다. 정부는 섬유와 의류산업 일자리 목표를 35만개로 잡았다. 그런데 2022년 미국이 에티오피아를 성장기회법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 닫는 공장들이 속출했다.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영원히 ‘잠재력’으로만 머무는 것 아닌가 싶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대륙 전체에 제조업 중심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제조업 축은 크게 남부, 서부, 동부 축으로 나뉜다. 남부 중심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자동차 조립·부품 산업, 철강, 금속 가공, 화학·석유화학, 식품 가공, 소비재 제조가 활발하다. 특히 요하네스버그 일대는 ‘아프리카의 디트로이트’로 불릴 정도로 베엠베(BMW), 포드, 도요타, 폴크스바겐(폭스바겐) 등 자동차 생산라인이 활발히 돌아간다.
남아공 아위텐하허(유텐헤이그)에 있는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공장의 생산 라인. 폴크스바겐 제공/연합뉴스
서부 축에는 나이지리아라는 거대한 허브가 있다. 항구도시 라고스와 인근 이케자 산업단지가 핵심 제조 중심지다. 인구 2억의 시장 덕분에 수출형보다는 소비재, 의약품, 플라스틱, 식품 가공, 건축자재, 의류 생산 같은 내수형 제조업이 발달했다. 이웃한 가나는 정치 불안이 없고 영어 사용자가 많아 다국적 기업들이 서아프리카의 관문으로 선호한다.
케냐는 동아프리카의 산업·기술 중심지다. 식품 가공, 플라스틱 제품, 소비재, 포장재, 의약품 산업에 최근에는 전자기기 조립산업이 커졌다.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고 영어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회사 사파리콤이 구축한 엠페사(M-Pesa)라는 모바일뱅킹은 케냐를 동아프리카 핀테크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르완다는 의류·섬유산업에서 전자기기와 의료기기 조립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보기술 투자도 많이 해서 아프리카 소국의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 비중은 2023년 아프리카에서 역내총생산의 13%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케냐의 엠페사는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유선통신 없이 무선 인프라로 건너뛴 것을 뜻하는 ‘아프리카의 퀀텀 점프(양자 도약)’라는 표현이 인기를 끌었다. 그에 비하면 에티오피아의 성장 모델은 20세기적이다. 아시아의 용들이 옷을 팔아 종잣돈을 만들고 중공업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시절과 달리 지금 세계 시장은 저임금 제조국으로 포화 상태다. 기계화와 기술 집약화 때문에 노동집약형 수출산업으로 성장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탄소 규제, 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이제 막 옷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디지털 경제를 함께 가동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케냐의 ‘실리콘 사바나’나 르완다의 스마트산업 전략은 그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과연 아시아 모델의 ‘21세기형 아프리카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구정은 국제전문 저널리스트